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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회사의 대표는 항상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늘 자금을 조달해야하고, 직원들을 보살펴야 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합니다.

이곳은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혁신기업이라 불리는 최고 책임자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 폭리 ː 어쩔 수 없는 고객의 형편을 이용해

      2024.02.07

    • 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가끔 소비자로써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글의 제목처럼 ‘어쩔 수 없는 고객의 사정을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판매전략’을 경험 할 때면 기분이 몹시 불쾌해진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로봇청소기를 모바일앱 개발자와 함께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살려 내는데 성공했다. 통신오류로 방치해 둔게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먼지만 수북이 앉아 있던 녀석을 살려내었다. 우리 제품처럼 와이파이 연결 방식인데 우리 개발자가 훨씬 쉬운 방식으로 연결 프토로콜을 만들었다며 자화자찬했다.

      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가끔 소비자로써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글의 제목처럼 ‘어쩔 수 없는 고객의 사정을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판매전략’을 경험 할 때면 기분이 몹시 불쾌해진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로봇청소기를 모바일앱 개발자와 함께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살려 내는데 성공했다. 통신오류로 방치해 둔게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먼지만 수북이 앉아 있던 녀석을 살려내었다. 우리 제품처럼 와이파이 연결 방식인데 우리 개발자가 훨씬 쉬운 방식으로 연결 프토로콜을 만들었다며 자화자찬했다.

      문제는 청소기 물통에 물을 넣자 물이 조금씩 새는 것이다. 이유인즉 파란색 고무마개가 없어서다. 원리를 보니 고무마개가 진공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듯한데 고무마개가 없으니 압력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아 물이 새는 것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친절한 상담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고무마개 부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품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어떡하냐고 되물으니 먼지통 전체를 새로 구매하라고 한다. 아니 고무마개는 소모품이고 몇 백원 하지도 않을 부품 때문에 4만원이 넘는 먼지통을 새로 사라는 것이냐고 물으니 상담원은 미동도 않고 같은 말을 로봇처럼 되풀이했다... (로봇청소기 회사라 그런가)

      그래서 다시 한번 “저 먼지통을 필터랑 고무마개랑 본체랑 다 조립해서 판매할 텐데 고객이 잃어버린 고무 러버를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판매해 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4만원이 넘는 제품을 새로 구매하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 라고 물었더니 그 상담원은 기계처럼 고객의 항의에 꿋꿋이 항거라도 하듯 같은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풀이했다.

      더 이상의 통화는 무의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겠다고 하고 끊으려 하자 ‘고객의 어려움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오히려 더 열받게 하는 멘트를 날렸다. 나 같은 고객이 꽤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그 회사 홈페이지 Q&A를 뒤져보니 먼지통에 대한 민원과 질의가 꽤 있었는데 역시나 답은 먼지통을 새롭게 구매하라는 것이었다.

      처음 이 기업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제품의 기획 스토리와 기업철학을 들으며, 같은 벤처기업으로써 응원해 주고 싶었고 보탬이 되고 싶어서 일부러 브랜드 제품이 아닌 이 회사 제품을 구매했었는데 이제 이름이 알려지니 초심이 변한 것 같다.

      마음 같아선 이런 상황을 널리 홍보하여 기업의 개선을 요구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기업인으로서 내부 사정이 있겠거니 싶어서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고 우리의 제품 디자이너를 호출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능숙하게 사이즈를 재더니 얼마 되지 않아 3D프린터로 고무 러버를 뚝딱 만들어 내었다. 마침 사다 놓은 고무 느낌의 레진이 있어서 두 번 정도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냈다.

      제품에 물을 넣고 끼워보니 통안에 압력이 만들어지며 물이 더 이상 새지 않는다.

      이런 일은 작년에도 있었다.
      대기업 브랜드 정수기 정수 스위치 버튼이 문제가 생겨서 a/s를 불렀는데 멀쩡한 기판 전체를 갈아야 된다며 5만원이 넘는 수리 비용을 청구했다. 분해하는 걸 보니 겨우 100~200원도 하지 않는 스위치만 교체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스위치 때문에 멀쩡한 기판을 통째로 버리는 것은 얼마나 큰 낭비인가?

      여기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자 이번 건에 한 해 무상교체해 드리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아.. 이건 또 무슨 고객서비스인가?
      무상으로 교체 받고도 썩 즐겁지 않은 서비스였다.

      우리 CS팀(우리는 BI팀이라고 부른다)을 불러놓고 얘기했다.
      앞으로 우리 고객들 a/s 요청 들어오면 고객의 과실이 명확하더라도 무례하거나 큰 비용 드는 것이 아니면
      웬만하면 무상 a/s 처리해 주라고 했다. 이미 그러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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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셉트는 콘셉트일 뿐..

      2023.08.02


    • 상품을 만드는 일은 화장을 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만들어지는 제품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객의 흥미를 당길 수 있는 디자인이 덧입혀져야 한다. 디자인을 우선시하면 필연적으로 단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금형 불량률은 높아지고 수정 기간은 길어진다. 한 벌이면 될 금형은 두 벌이 되고, 늘어난 금형은 관리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사출 후 관리와 조립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모터쇼에서 멋진 콘셉트카가 실제 양산차에서는 대폭 수정되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는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지만 그것은 양산 과정에서 기구설계, 회로설계, 금형 제작, 사출조건 등 여러 가지 과정에서 삭제, 편집당하여 아쉬움 많은 결과물이 최종 패키지에 들어가게 된다.



      • 디자인은 전적으로 CEO의 고집이 필요하다. 디자인에 대한 고집은 많은 위험 부담을 일으킨다. 이쁘기만 하다고 고객이 칭송하진 않는다. 좋은 재료와 품질, 작동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보기 좋은 디자인이 반드시 편리한 것만도 아니다.


        좋은 디자인을 표현할 수 있는 금형, 사출, 회로 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처럼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외주업체들의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 100가지’만 듣다 결국은 양산하기 편리한 디자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배기음으로 유명한 수억 원짜리 차를 만들어 파는 이태리 자동차 회사는 아니지만 제품 결합 과정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고 비프음과 고유의 경보음을 만들기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그 과정에서 많은 외주 업체들이 손을 들었다.

        물론 원가 문제와 고집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며 일종의 조롱과 비난을 덧붙였다.


        국내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리는 한 번 도 수상한 적이 없다.

        국제발명·신제품 전시회에서는 거의 매년 수상을 하지만 국내 디자인 어워드와는 인연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독일 iF 어워드에서 트리토나 시리즈 전 제품이 2019년, 2021년, 2022년 3년간 수상했고, 미국 CES 2023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 받았기에 더 우월하다는 문화 사대주의를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생각과 콘셉트는 통했다.


        나는 디자인과 제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우리 고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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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동이와 부동이가 함께 사는 삶

      2023.06.12

    • 『뇌동이와 부동이가 함께 사는 삶』


      시끄러웠던 2주가 흘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치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하얗다.

      진실, 비난, 찬반, 확증편향. 억울함, 겸손과 사회적 책임.
      지난 2주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단어들이다.

      진실이 어떤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 대중이 얼마나 쉽게 부화뇌동 하는지
      또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진실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경찰의 도움 덕분에 아이가 위험할 뻔한 고비를 넘겼다는 미담 제보는 경찰이 도움을 거절하여 아이가 위험할 수 있었다는 오해를 낳게 편집된 영상 뒤에 내 인터뷰가 붙으며, 경찰을 향한 나의 고마움의 표현은 순식간에 원망으로 바뀌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익명의 경찰관은 1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경찰의 에스코트를 요청한 내가 대통령이냐며 비난글을 올렸고 초호화 산부인과를 이용하려 119를 부르지 않고 경찰을 사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추측들과 해당 파출소장과 웃으며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도움을 거절한 경찰이 징계처리되었다는 억측이 덧붙여지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자신을 숨긴 이들이 만든 자극적인 영상은 재 편집되어 수천 개의 악플이 달렸다.

      추측과 억측은 진실이 되고 인터넷에서는 온갖 추정과 이해관계에 따른 찬반양론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나의 입장에서 또 누군가는 비난하는 입장에서... 나는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언론의 탐사보도를 통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민원이 아닌 미담 제보를 했다는 경찰의 공식 답변이 있었고, 해당 경찰이 처벌받지 않았으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던 그 거리는 30분 내 거리라는 것이 밝혀졌어도.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악플러들은 또 다른 내용으로 비난할 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다.”

      나와 경찰... 우리는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혹은 알면서도 침묵하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방관과 추측과 억측 속에 모두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했지만... 무슨 얘기가 나오든, 사실이 밝혀지든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갑질 기업인, 부산 에스코트 남’

      와......
      내 이름과 회사명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한참 경찰을 비난하던 여론은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 올린 경찰이 나를 비난하면서 그 화살은 내게로 향했고 곧이어 정의감(?)에 불타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내 신상과 회사를 털었고 내 사진은 마치 마약한 연예인 사진 마냥 온 사방에 돌아다니며 네티즌 관상가들이 등장해 과학 이론을 덧붙여 내 외모에 대한 비난을 이어 나갔다. 내 모든 업적과 노력의 결과물들은 그들에 의해 펌하 당하며, 조롱거리로 인수분해 되어졌다.

      회사엔 두 통의 항의 전화와 열다섯 통의 비난 메일이 왔다.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 궁금해서 그중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며 가장 긴 글을 보낸 어떤 남자에게 전화를 했다.
      진심으로 그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전화를 받은 그는 ‘여보세요’라는 말 대신 한참을 말없이 들고 있길래. ‘여보세요’ 했더니 20대 초반의 앳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내 신분을 밝히자 당황해하던 그는 놀라서 끊어버렸다. 실소가 나왔다.


      사방에서 업무 제휴 문의가 몰아치고 내 이력과 회사의 히스토리를 확인한 여러 곳에서 강연과 멘토링 요청이 들어왔다.
      급하게 재고가 소진되고 추가 생산에 들어가느라 공장이 분주해졌다.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리분별을 갖춘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첫째의 생애 첫 인형 선물인 포돌이 포순이도 여전히 침실에 건재하다.
      많은 임산부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가 알려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신규 계약을 진행 중이고 그렇게 구하기 힘들었던 고급 개발 인력이 무려 3명이나 동시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나를 먹잇감으로 삼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 일하기를 원했다.

      인공지능으로 스마트시티의 범죄와 재난을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나는 졸지에 119, 112도 구분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체중이 7킬로 정도 빠진 덕분에 5년 전에 입던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악플 다이어트’라는 책을 내보면 어떨까...?

      익명 뒤의 댓글은 끊임없이 비난할 거리를 찾았고 현실에서 만나는 이들은 세상이 미쳤다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그저 물어뜯고 삼키며, 진실을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에게 진실에 관한 설명은 오히려 먹잇감이자 자양분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유별나고 특별한 경험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너무 많다.
      임산부들이 감기환자 마냥 동네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도,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가면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경험의 부재에서 나오는 선입견 일지도 모른다.

      임산부들은 특권을 누리는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배려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훗날... 그들은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당연하다 믿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그 믿음을 배신했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글을 쓰고 있는데 뉴스가 떴다. 강원도로 태교여행을 떠났던 산모가 양수가 터져 헬기로 200킬로 넘게 떨어진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뉴스다... 곧이어 댓글에는 왜 만삭의 산모가 태교여행을 갔느냐며 또 비난이 쏟아졌다.....)

      내가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영화 속 대기업 회장마냥 갑질 할 것이라 비난했던 이들은 사업하는 사람들이 늘 ‘을’의 입장이 되어 참고 또 참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명예 회복?
      떨어질 명예도 없는데 무슨 회복인가?
      나는 우리 제품 중 가장 고가인 인공지능 모델을 임산부들에게 임신기간 동안 무상으로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일부 데이터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임산부들이 위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에 특화 되도록 시스템을 수정중이다.

      제품의 모델명도 정했다. "트리토나 에스코트"
      몇 천이 들어갈지, 몇 억이 들어갈진 모르겠지만 이번일을 겪으면서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던 임산부들을 위한 작은 보답이자 그들을 위한 나의 사회적 역할이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누가 뭐라든 샤픈고트의 사회적 책임은 더 확대될 것이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구하고 살리며,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겠지만
      진실보다 중요한 건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조차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복수(?)가 될 것을 믿는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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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의 약속.

      2023.05.02


    • 이승환의 노래를 보면 ‘첫날의 약속’이라는 곡이 있다.


      ‘첫 개업식날 친절봉사 외쳐 대면서 맛도 좋더니 실컷 놀다가 개학식날 굳은 맹세 하더니 변하더군 흐지부지 사랑이 식듯이 별 가책도 없이 원래 뭐 그런거 아니냐더군...




      처음으로 창업이란 걸 하게 되었던 계기를 돌아보면 ‘마음껏 일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던 것 같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일찍 출근해서 일을 벌이는 것을 내 상사 외에는 팀원들 도 후배도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노력을 낼름 가로채 가는 상사의 모습이 얄밉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월급쟁이로써의 나의 삶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게 다가 왔다.

      일 년에 모을 수 있는 저축액, 보험료, 교통비...하지만 그것보다 더 가슴이 답답했던 것은 은퇴하신 임원들의 삶이었다.


      하늘 같은 임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계약직 신분으로 변했고

      은퇴하시면 공인중개사나 치킨집 사장님, 펜션 사장님으로 변신해 기존에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 소위 ‘장사’ 라는 걸 시작하셨다.

      그리고 평생 모은 걸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60이 되어 새로운 사업 아니 장사에 도전하는 일은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았다.

      대부분 망했다.

      ‘갑’의 입장에서 ‘을’의 입장이 되어 머리를 숙이고 타인의 질타를 순순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 그들에게 결코 쉬운 삶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다.



      성실하셨던 그분은 관리자가 된 후에는 과감히 사업에 도전하셨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나 싶었지만 그 과감했던 도전 만큼이나 빠르게 집안을 몰락(?) 시키셨다.

      채권자들의 발자국 소리, 전화벨이 울리면 공포감에 바닥에 바짝 엎드려 두려움에 떨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제대를 하고 처음 시작한 사회 생활도 아버지의 빚을 갚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제대 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등록금을 제 날짜에 내 본 기억이 없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나에게 안정적인 직장에 관한 열망을 불러 일으켰지만 생존경쟁의 격전이 이어지는 직장생활은 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뭔지 모를 허전함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 자금을 1억원이나 주는 프로그램에 입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대표이사’라는 명함이 찍힌 명함을 만들었다.대리님, 팀장님이던 호칭은 ‘사장님 혹은 대표님’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대표님 코스프레에 신이 났던 기억이 벌써 10여년전 일이다.









      다시 사업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마 몰랐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솔직한 답변일 것이지만 나의 DNA는 아마 사업으로 다시금 날 이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꺼라 생각했지만 직원이 늘고 규모가 커지는 만큼 고민과 스트레스도 비례하여 늘어났다. 점잖게 말해 ‘비례하여’라는 표현을 썼지만 ‘폭증’했다 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컴플레인을 잘 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 의견 개진할 때 최대한 낮고 친절한 말로 상담원을 대한다.

      사업이란걸 하고 고객을 대하면서 고객들이 얼마나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폭언과 논리, 심지어 협박을 들으며, 사람이 이렇게 악했던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고객의 쓴소리들을 가만히 듣다 보면 거기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비법이 숨어있다.

      까다롭디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 시킨다면 그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의 귀결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여전히 고객의 소리는 아내의 잔소리만큼이나 따갑다... :)

      (이글을 보시는 분들이시라면 조금만 더 따뜻하게 말해주시길)








       첫 제품을 출시 후 7년 만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울고 웃었던 지난 7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온통 안된다는 소리만 하던 이들 의 조언과 비판을 뒤로한체 끝끝내 만들어 내고 나니 그게 잘 되겠냐던 지적은 칭찬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 3년간의 실증을 또 거쳤다.


      말이 좋아 3년의 실증이지 자금이 소진되는 것과 기회비용 상실을 바라보는 것은 머리카락이 급격히 소진되는 것과 동일한 고통이었다.

      10여년전 사업을 시작하며 부자가 되고 싶었는데 이젠 내 제품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제품을 출시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나와 했던 처음 약속.이제 고객과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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